This & That 유머 해양문학)2기사의 일상 개ㅅㅂㄹㅇㅍㅌ

해양문학)2기사의 일상 개ㅅㅂㄹㅇㅍ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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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배 남았다. 오오미, 시마이 하고 뭐하지? 이생각 뿐이다.

승선하면서 토익책을 들고 탄다.

영어공부 야무지게 해서 스펙을 쌓아놓을 생각이다.

물론, 기관장이나 1기사가 물으면

1기사 3배까지는 하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시마잉아웃을 했다가 도태되는 처세 고자들을 많이 봐왔으므로

속물 라인을 밟는다.

그래야 사랑받는걸 알고 있다.

어디가지?

선급? PSC? 조선소? 헤헤, 아무렴.

배만 아니면 어디든 갈 수 있을것 같다.

운좋게도 배 상태도 너무 좋다.

발전기는 승선 역대급 컨디션이다. 모든게 나를 도와준다.

공부는 한달 정도 적응한뒤 시작하기로 한다.

일단 기관장, 1기사 캐릭터를 파악해야 한다.

3기사 실기사는 아무렴 상관없다.

원래 같이 타기러 했던 기관장이 유명한 워크홀릭이었는데

일이 생겨서 지금 기관장이 연장을 한거다.

4개월차인 3기사의 말을 들어보니, 술 못마시고 기관실을 잘 안내려 온단다.

요시!

모든게 착착 잘 맞아 떨어지는것 같다.

한달이 지나도 그리 힘들지 않고, 업무적으로 밀리지도 않는다.

역시 지난 2년 몇개월간의 짬은 헛짬이 아니다.

맡은 일에 막힘이 없으니 1기사도 좋아하고, 기관장도 별말 안한다.

일과가 끝나면 영화를 보며 맥주를 한캔딴다.

알람이 울리면 꽁지 빠지게 뛰어갔다가 후딱 컴백한다.

똑똑

3기사가 찾아왔다.

초임이지만 똘똘한 녀석이다.

어 ,, 들어와

3기사가 쭈뼛쭈뼛 들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사실 별 관심없다.

속으로

캬,,, 나도 니같을 때가 있었지 캬… 어쩌겠냐… 나는 간다….

3기사 한테도 이 배가 막배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배 위에서는 궁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실기사때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남방 그 여우같은 노인네의 입을 걸러서

눈덩이 처럼 불어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관장이 자기가 타주는 커피를 한동안 입만 대고 마시질 않았다.

아오… 그 능구렁이 남방… 생각만 해도 열이 뻗친다.

하지만, 조기장과도 함부러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3기사때야 자기한테 반말 찍찍 날리는 조기장이 미워

온갖 개아리를 다 틀었지만, 득이 없었다.

남방은 파인애플 같은 인간들이다.

겉이 굉장히 투박하고 거칠고 마초같고 다루기 엿같지만

그 안에 있는 알맹이들은 솔찮히 빼먹을 만하다.

삼촌처럼 아버지처럼 사글사글하게 굴면 언젠가는 도와주는게 남방들이다.

그래서 3기사나 실기사가 남방이랑 투닥 거리고 있어도

굳이 3기사, 실기사 편을 들진 않는다.

그냥 지켜보면서 흐뭇해한다. 후후.. 나도 저럴때가 있었지.

대체적으로 모든게 만족스러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맘에 안드는 인간이 한명 있다.

1항사.

이 인간은 뭐만 안되면 2기사를 부른다.

뭐 덥다고 에어콘 더 틀어달라거나, 데크기기 어스체크좀 해달라는건 일이니까 둘째쳐도

지나가는 말로 어디 형광등좀 갈아달라느니, 어디 퓨즈좀 갈라달라느니

바라는게 너무 많다.

다 3기사나 실기사한테 떠넘기기는 하지만,

일단은 누가 건드는게 싫다. 귀찮고.

2항사는 동년배라 말이 잘통한다.

야식도 자주 같이 먹고, 상륙도 같이 나간다.

가끔 술먹고 둘이 노래방을 가기도 한다.

이 녀석도 말은 안하지만 시마이를 준비하고 있는것 같다.

여우같은 녀석, 너도 꽁꽁 숨기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왠지 동질감을 느껴

친근하다.

배 내리면 꼭 니네 동네에 놀러가겠다며 약속을 한다.

술 얻어 먹을테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

그러나 그런얘기 하는 놈이나 듣는놈이나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구라 안구라 여부를 떠나서 그런 맹약들이 배내리면 딱지어음이 된다.

애초에 전화번호도 저장 안하고 쿨하게 서로를 잊는다.

2항기사들은 정치를 못하면 나가리가 된다는 사실을 서로 알고 있다.

포지션상 시니어 아래, 주니어 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자칫잘못하다가는 3항기사 한테 갈핌당하고

시니어한테 찬밥 취급 당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실기사가 이것 저것 물어볼때, 쓸데 없는거나 답하기 좀 애매한것을 물어보면

잘 몰라서 당황한티 역력하게 내는 3기사와는 달리

2기사는 몰라도 당당하다.

마, 니가 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물어보면 내가 알려줘야 되냐

메뉴얼 읽어봤어?

실기사는 분명 눈빛으로 ‘ㅅㅂ럼이 모른다고 하지 왜 쫑구야’ 하지만

어쩔수 없이 돌아선다. 틀린말은 아니므로.

맨날 술마시고 영화보고, 드라마보고, 상륙나가고, 포카치고 하다보니

3개월이 후딱 지나갔다.

물론 토익책은 펴지도 못했다.

게의치 않는다.

아 또 배타러 오면 되지능! 이회사 말고도 얼마등지!

그러나 얼마뒤, 오랜만엔 연락이 닿은 동기소식을 듣는다.

일찍이 시마이를 하고 메이져 조선소에 들어갔단다.

하하,, 고.. 고놈 잘.. 잘 됐구만..

태연한척하지만 괜찮지 않다.

먼저 시마이 한놈들이 조금씩 내가 앉아야 할 자리들을 선점하고있는것 같아 불안하다.

휴가 갈때가 되었다.

지난 항차 새로온 기관장이 내가 한항차 더 했으면 한다는 내색을 한다.

절대 불가다.

하지만 거절하기 쉽지않다.

차후 1기사 진급 주전론을 펼쳐왔기 때문에 , 추천서를 들이밀고 딜을 시도 하는 기관장을

뿌리 치기가 쉽지 않다.

일단은 대충 잔류쪽에 동의를 표시하긴 했지만

절대 그럴수 없다. 아니되오!!

일과후 방에서 곰곰히 생각한다.

승선후 엔진룸을 하나씩 손보며 없던일도 만드는 저 기관장이랑 더 탈수 없다.

더욱이 새로온 캡틴이 포커광이란다.

기관장도 아니고 몇개월간 도박 접대로 정신력을 허비할수 없다.

고민 끝에 작은 해답을 하나 구했다.

‘환자’

그래 환자였다.

구색이 궁핍하긴 하지만, 학교다닐적 부터 환자라함은 손가락질 받던 말던

일단은 일율적으로 열외가 가능하다.

그리고 경험상, 꾀병중에 으뜸은 ‘치통’이다.

이 이빨이라는것이 눈으로 봐서는 아픈지 안 아픈지 티가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기 한달 전

슬슬 밑밥을 깐다.

일단 주니어 테이블에서 밥 먹는 도중에

‘아야… 아야…’ 를 주기적으로 던진다.

그렇게 환자론이 대두 되면 시니어들도 내 치통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다.

승냥이 같은 일항사가

‘집 가고 싶어서 꾀병부리는거 아니가’ 하면 뜨끔하긴 하지만

길길이 날뛰며 잡아뗀다.

그리고 더 타고 싶지만 안되겠다는 쇼부를 기관장 앞에서 못밖고

다리를 달달 까불락 까불락, 콧노래로 브금을 섞어가며 휴가 신청서를 작성한다.

하선일.

갱웨이를 내려가는데 하늘에서 근두운이라도 보내준 느낌이다.

다리가 아주 가볍다.

원래 없던 치통이지만, 상상속의 치통도 다 나았다.

통차를 타고 멀어지는 배를 보며

캬~~ MV 디씨호야! 나의 막배 잘 있거라. 추억 고마웠다!

그리고 3년후, 운명같이 다시 돌아온 2기사.

 

맞교대 하는 2기사가 자기가 데리고 있던 실기사 였음을 알고

눈시울을 붉힌다.